불쏘시개
종친(宗親) 일 맡아보시던 종형(從兄)이
마지막이 가까워지셨는가
퇴색한 종중 문서(宗中 文書) 상자를
감량도 못 되는 내게
넘기면서 하시는 말
그냥 불쏘시개나 해라
대책 없기는 나도 매한가지
빈방에 쌓아두길 몇 해
족형(族兄)이 문집(文集) 운운하며
몇 점 찾아간 것이 전부
차마 내 손으로 어쩌질 못하고
다시 몇 해
불쏘시개도 불도 되지 못한 사이
굴뚝도 아궁이도 헐어지고
좀이 불처럼 번지는
저 불쏘시개
나는 또 누구에게 떠넘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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