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불쏘시개 - 2022. 심상 6월호

청송 대추 2024. 3. 9. 07:37

불쏘시개

 

 

종친(宗親) 일 맡아보시던 종형(從兄)

마지막이 가까워지셨는가

퇴색한 종중 문서(宗中 文書) 상자를

감량도 못 되는 내게

넘기면서 하시는 말

 

그냥 불쏘시개나 해라

 

대책 없기는 나도 매한가지

빈방에 쌓아두길 몇 해

족형(族兄)이 문집(文集) 운운하며

몇 점 찾아간 것이 전부

 

차마 내 손으로 어쩌질 못하고

다시 몇 해

불쏘시개도 불도 되지 못한 사이

굴뚝도 아궁이도 헐어지고

 

좀이 불처럼 번지는

저 불쏘시개

나는 또 누구에게 떠넘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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