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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와 나우루 공화국

청송 대추 2017. 7. 19. 13:58

 - 마셜제도의 1.4만명 나우루공화국 인광석 고갈되자 최빈국으로 전락

 노후준비 - 자원의 저주에 빠진 나우루, 이를 극복한 노르웨이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에 위치한 나우루 공화국도 천연자원의 저주를 받은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나우루는 바티칸과 모나코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작은 국가로, 면적은 울릉도의 3분의 1정도다. 본래 나우루 주민들은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부세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농사와 고기잡이를 하며 평화롭게 살아왔다. 그런데 100년 전 섬에서 인광석이 발견되면서 순식간에 운명이 바뀌었다. 인광석은 질소비료의 주원료다. 섬 전체가 질 좋은 인광석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구열강들이 번갈아 가며 나우루를 손아귀에 넣고 인광석을 채굴해 팔아 돈을 챙겼다. 1968년 독립과 함께 인광석 채굴권을 돌려받은 나우루는 말 그대로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1980년대 나우루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정도됐던 것과 비교해보면, 나우루 사람들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 같은 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천년 만년 갈 것 같았던 인광석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 접어들어 마침내 바닥을 드러냈다. 인광석을 캐내느라 섬 전체가 상처투성이가 되어 더 이상 농사도 지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나우루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체력도 안됐다. 초호화 주택에서 고칼로리의 수입식품을 먹으며 걸어서 네 시간도 안 되는 섬을 최고급 승용차로 돌아다니는 다닌 나우루 사람에게는 당뇨병 발병률 세계 1위라는 오명만 남았다.

 

나우루와 같이 천연자원이 저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천연자원을 결코 극복하지 못할 숙명적인 저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노르웨이를 사례로 들어보자. 1970년대 노르웨이는 북해 앞바다에서 거대한 해저 유전을 발견하는 불행(?)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나우루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유전에서 발생한 수익은 국민 모두의 것이지 북해 주변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북해유전에서 나오는 원유수익의 78%를 세금으로 징수한 다음 이를 운용하기 위해 1990년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국부펀드의 목표를 '미래 세대를 위한 부의 축적'으로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펀드자금을 중도에 임의로 인출할 수 없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 결과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5년 현재 1,024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노르웨이 GDP2.4배에 해당하며, 전 세계 국부펀드 중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성과는 노르웨이 정부가 석유가 고갈된 이후 미래의 공공지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이를 추진해 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도 노르웨이를 "천연자원의 저주를 깨고 전 국민을 위해 자원 이익을 축적한 보기 드문 사례"로 들고 있다

노후준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나와 세계>라는 책에서 던진 화두를 "왜 어떤 사람은 노후에 부유한데,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라고 바꿔 볼 수도 있겠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신의 노후준비 방식이 '나우루 스타일'인가, '노르웨이 스타일'인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노후자금 준비가 필요 없는 사람도 있을까? 언뜻 생각해보면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에 해당되면 애써 노후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먼저 죽을 때까지 돈을 벌어서 다달이 필요한 생활비를 댈 수 있다면 구태여 젊어서부터 노후준비를 하느라 아등바등 댈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다음으로 물려받은 재산이나 벌어둔 돈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열심히(?) 써도 죽기 전에 돈이 다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로 노후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다.

 

문제는 상황이 그렇지 않은데도 둘 중 하나에 해당하겠거니 하고 착각하는 경우다. 마치 나우루 사람들처럼. 나우루 사람들은 자기네 섬에서 인광석이 화수분처럼 천년만년 솟아날 것으로 믿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적어도 자신들이 살아 있는 당대에 자원이 고갈 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거나. 그러나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면서 울릉도보다 작은 섬나라에서 대량으로 자원을 채굴하면 머지않아 바닥이 드러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면 노르웨이처럼 천연자원이 고갈 된 다음을 준비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