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리산 종주기 (2017.7.20 ~ 7.29)

청송 대추 2017. 8. 15. 20:03

6월말 직장 퇴직전우 등산모임에서 무심코 꺼낸 지리산 종주가 현실이 되었다.

4명이서 참가하기로 하고 서로 다른 일정이 없는 7월27일에서 29일까지 3일간을 트레킹 날짜로 잡았다.

내가 등반대장, 태춘 사장이 총무를 맞기로 하고 윤 따꿔(大兄)께서는 팀 고문을 맞기로 하였다.

노운 사장은 맡는 역할이 없어 어쩔줄을 모른다.


트레킹코스는 지난 달에 등반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갈려고 준비한 종주코스(한 친구의 급한 사정으로 무산)를 우리 실정에 맞게 조정해서 다음과 같이 세팅을 하였다.

7.27(목) : 남부터미널 발(06:30) → 성삼재 → 노고단 → 삼도봉 → 연하천대피소, 숙박(13.4km)

7.28(금) : 연하천대피소 → 벽소령 → 세석평전 → 장터목대피소, 숙박(14.1km)

7.29(토) : 장터목대피소(04:00) → 천왕봉(일출 조망) → 장터목대피소 → 백무동 터미널(9.2km)

2박 3일 종주에 총 트레킹 거리 36.7km로 잡았다.


연하천과 장터목대피소에서의 숙박예약과 노고단 탐방예약은 7. 3일(월)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 예약접수 오픈과 동시에 들어가 예약을 마무리 하였다.


원래 마지막 날 트레킹은 법계사를 거쳐 중산리로 내려가는 코스를 계획했지만,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급경사를 내려 가는 경우 사고 우려가 있어 마지막에 코스를 변경하여 백무동으로 내려가는것으로 하였다.


 



2017.7.27(목)


새벽 4시 30분 알람소리에 벌떡 눈을 뜬다. 서둘러 몸을 씻고 집사람 방을 살그머니 열어보니 곤히 잠들어 있다. 어제 딸과, 오늘 새벽에 엄마에게 남부터미널까지 차 태워달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택시비쪼로 2만원을 받기로 약속했기 때문에(와이프는 외손자보러 아침에 딸네 집으로 가야함) 조심스레 배낭을 들고 문을 나선다. 강아지들도 아직은 졸린지 물끄러니 쳐다보기만 한다.


카카오택시 앱으로 호출하니 3분만에 도착한다. 시간은 5시 20분이니까 6시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거 같다. 평촌 샘마을에서 서울 남부터미널까지는 우면산터널을 이용하면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5시 50분, 남부터미널에 도착하여 10분 정도 기다리니 다들 배낭을 메고 들어온다. 태춘 총무께서 사전에 준비한 짐(라면, 전투식량, 햇반, 포장김치, 삼겹살, 오리훈제, 소주 등)을  한무더기씩 나눠주는데 저울로 달아 공평하게 나눴단다. 각자 배낭에 나눠 넣으니 제법 묵직하다.


6시 30분 구례행 버스는 손님을 가득 채우고 터미널을 빠져나간다. 




 



3시간 10분이 소요된 오전9시40분 구례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성삼재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내가 사전에 파악한 10시20분보다 20분이 늦은 10시 40분으로 변경(17. 4. 28. 부터) 되어 있다.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다.

터미널 앞에 콩나물 국밥집과 가정식 집밥집이 보이는데 집밥에 혹하여 홍가네집밥으로 들어간다.

가능한 메뉴를 물으니 재첩국과 닭곰탕만 된단다. 속을 든든하게 하기위해 닭곰탕으로 통일하여 주문한다. 맑은 닭 국물에 후추를 뿌려 먹으니 그런데로 맛은 있다.


10시 40분, 성삼재행 버스는 지리산의 산세답게 35분 동안 꾸불꾸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 해발 1,070m인 성삼재휴게소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11시20분, 출발을 알리는 기념사진을 찍고 노고단 고개를 향하여 힘찬 출발을 한다. 노고단대피소를 거쳐 노고단 고개까지 가는 길은 험하지 않아 당일치기 등반객도 많이 올라간다.


12시 20분, 노고단고개에 도착하여 예약탐방 장부에 서명을 하고 노고단으로 올라간다.

햇볕이 몹씨 따갑다. 가파른 목제데크를 따라 올라가 중간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저멀리 산너머로 섬진강 줄기가 가물가물 보인다.


드디어 해발 1,507m의 노고단 정상에 올라 표지석과 돌탑앞에서 인증샷 포즈를 취해본다.


노고단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과 더불어 지리산 3대 봉우리중의 하나란다. 과거 지리산 신령인 산신할머니(노고, 老姑)를 모시는 곳(단, 壇)이라 하여 노고단(老姑壇)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노고단을 내려와 숲길을 따라 돼지령과 피아골삼거리를 거쳐 점심을 먹을 장소인 임결령으로 향한다. 가파르지 않는 능선을 걸으면서 맑고 높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만끽한다. 


노고단 고개에서 임걸령까지 3.6km의 거리를 1시간 30분에 주파한다.

 임걸령은 옛날 녹림호걸(綠林豪傑)들의 은거지라 하여 ‘임걸령(林傑嶺)’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10m쯤 아래 샘터가 있는데 시원하기로 말 할 수 없다.


태춘 총무가 전투식량용 물을 데우는 동안 남은 사람들은 샘터에서 마른 입을 축이고 물병에 물을 보충한다.















40분간의 즐거운 휴식을 끝내고 다음 타겟인 삼도봉을 향해 나아간다.

가는 중간중간에 산수국이 이쁘게 피어있다.


이번 트레킹에서 반야봉 등정은 시간관계상 생략하기로 하였다.

노루목에서 바로 삼도봉으로 빠지니 1시간 정도 트레킹 시간이 단축된 셈이다.


오후 4시 35분, 경남․전남․전북 삼도의 경계인 삼도봉에 도착하였다. 해발 1,449m인 삼도봉 삼각표지점에 손을 올려놓고 기념샷을 한다. 각자 나름대로 포즈도 잡아본다




 











잠시의 휴식을 취한 다음 오늘의 종착지인 연하천대피소를 향하는데 화개재를 지나자 능선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토끼봉에 이르르자 고문이신 윤 따꿔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한다. 하긴 연세가 70이 되어 가시니 힘들기도 하실것이다.

윤고문의 배낭에서 패트소주병 2병을 꺼내 나와 총무의 배낭에 나눠 넣는다.


길가에 참나리가 탐스럽게 피어있다.


연하천대피소 1.6km를 남겨놓고 가파른 언덕과 계단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드디어 윤 고문님의 체력에 한계가 온거 같다. 다리에 쥐가 내린단다.


시간은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연하천대피소에서 언제 도착하느냐고 전화가 계속 온다. 노운 사장에게 윤 고문님을 잘 모시고 오라고 하고 총무와 함께 대피소로 먼저 올라간다. 












 



저녁 7시 30분,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여 숙박사인을 하고는 태춘 총무가 어렵사리 마련한 테이블에서 함께 저녁준비를 한다.


8시가 되어서야 노운 사장이 윤 고문을 모시고 대피소 안으로 들어온다. 윤고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남한산성 날다람쥐라는 별명을 가진 분인데 무거운 배낭에 적응이 되지를 않았던 것이리라.


준비해온 삼겹살과 소주로 오늘의 노고를 위해 건배를 한다. 식사로 라면과 햇반을 넣어 함께 끓여 먹으니 이것도 별미이다. 


밤 9시가 넘어간다. 까만 밤하늘에 북두칠성이 히미한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오늘의 힘든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내일의 일정을 위해 숙소에 들어와 고단한 몸을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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