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도

청송 대추 2017. 6. 22. 19:58

                                   기도

 

 

                                                                           김     태     춘

 

 

수니파가 시아파를 폭격한 금요일 정오

치마로 갈아입은 수니파들이

메카로 하얗게 엎드렸다

 

가족을 파편아래 두고 온 사람들

입 안 가득 서걱이는 모래

성수로 눈물로

씻고 또 씻어 뱉어 낸다

 

세상 어디에는 피의 강물 흐르고

황폐가 영토를 넓히는 동안

왕과 사제의 담은 높아만 가고

 

사람을 믿을 수 없어

나를 믿을 수 없어

이태원의 차가운 마루바닥에는

지금 파란 불이 타오르고 있다

 

기도가 무슨 길로 하늘에 닿는지

물어보는 일 없이

빛이 된 신호는

사원 마당 가로질러

수십만 리를 날아가고 있다

 

 

  20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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