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김 태 춘
수니파가 시아파를 폭격한 금요일 정오
치마로 갈아입은 수니파들이
메카로 하얗게 엎드렸다
가족을 파편아래 두고 온 사람들
입 안 가득 서걱이는 모래
성수로 눈물로
씻고 또 씻어 뱉어 낸다
세상 어디에는 피의 강물 흐르고
황폐가 영토를 넓히는 동안
왕과 사제의 담은 높아만 가고
사람을 믿을 수 없어
나를 믿을 수 없어
이태원의 차가운 마루바닥에는
지금 파란 불이 타오르고 있다
기도가 무슨 길로 하늘에 닿는지
물어보는 일 없이
빛이 된 신호는
사원 마당 가로질러
수십만 리를 날아가고 있다
2013.12.1